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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해남

즐거운 직장을 위한 조건

by 초하당 상진 2020. 3. 23.

벌써 재작년인가요?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다룬 드라마 ‘미생’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만화로 미생을 읽어 봤는데 사실 드라마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좋았고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끌어냈기 때문에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대사들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몇 가지 대사를 알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월급쟁이들이 별 것 있나, 연봉과 승진이지”라는 대사입니다. 직장생활의 모든 것을 한 줄로 표현한 촌철살인의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적인 인사관리에서는 분배공정성(연봉)과 절차 공정성(승진)이 직무몰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배공정성과 절차 공정성이 모두 직무몰입과 큰 상관관계가 있으며, 분배공정성과 절차 공정성이 높을수록 조직과 직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분배 공정성과 절차공정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조직 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누가 생각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이 연구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매년 급여가 만족할 만큼 오르고, 때에 맞춰 승진되면 직장생활에서 그것보다 만족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회사도 고민이 많고 직원들도 불만이 자주 생기는 것이겠지요.

얼마 전 어느 회사의 조직진단을 수행하면서, 현재 월급쟁이인 내가 언제 나의 직무에 만족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직무에 대한 만족이라기보다는 그냥 회사 다니는 게 재미있었다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낀 경우는 다음 두 가지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갈래

첫 번째가 도전적인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쳐 성취감을 느꼈을 때, 두 번째는 상급자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입니다. 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보너스를 받았을 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렇게 즐거움을 느낀 경우에도, 곧 그 즐거움은 사라져 버리고 어느 순간 직장에 대한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를 즐겁게 다니려면 이러한 경험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받았던 보너스가 지금의 저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작년 초 읽었던 <행복의 기원>이란 책에서 설명하는 행복이 직장에 대한 만족감과 일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행복’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을 때도 얻을 수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느낄 때, 즉 잔재미를 자주 느낄 때 사람들은 자기가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대단한 성취에 따른 행복감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해 버리므로 다른 행복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단한 행복감은 일생에 몇 번 느낄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이 책은 결론도 아주 명쾌하죠.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보며 음식을 먹는 순간!”이라는 것. 석학의 결론은 너무나 간단하면서 명쾌합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잔재미가 필요할 것인데 그 잔재미를 직원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른바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성공체험을 할 기회를 자주 제공해야 합니다. ‘구글’의 직원들이 항상 행복한 표정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맛있는 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어서 직원들이 행복하고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업무시간의 20%를 본인이 생각하는 자유로운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하면서, 그것으로 직원은 성공체험의 기회를 받게 되고, 회사는 혁신이라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 훌륭한 조직으로 평가받게 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구글은 구글이고 우리는 우리라는 생각은 듭니다. 작은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성공체험의 방법으로는 직원 개개인이 달성 가능한 매주 또는 매달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의 달성도를 공유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피드백 과정에서 동료나 경영자의 인정을 받게 된다면 개개인의 성공체험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피드백이 성공체험을 위한 피드백이어야지 ‘목표의 200% 달성’ 같이 실적 압박을 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경영자는 회사의 직무에서 어떠한 성공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여야 합니다. 또한, 회사에서 직원들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제도들은 하루빨리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행복합니다.”와 같은 화장실 문구도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음식으로 말하자면 덜 상한 음식입니다. 덜 상한 음식이 많이 상한 음식보다 불쾌감이 덜할 뿐이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가 조직 안에서의 인정입니다. 다시 한 번 ‘행복의 기원’을 인용해보면 인간이 모든 동물 중 가장 짧은 시간에 번성한 이유가 공동체를 조직해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맹수로부터의 위협,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공동체를 벗어나 홀로 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공동체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살아왔으며, 공동체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벗어나지 않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계속되면서 본능적으로 인간은 공동체를 벗어나지 않기 위한 활동, 즉 타인과 교류를 할 때 자연적으로 행복의 감정을 얻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과 불편한 관계에서 큰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인간은 본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을 받음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본인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인정으로부터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 것이 상급자로부터의 인정이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함에서 가장 적임자로 지목된다든지, 완료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실제로 본인의 업적을 인정받았다기보다는 직장 내에서 존재감을 인정받게 되었다는 생각에서 오는 만족감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직원이 느끼는 존재감은 직장 내에서 상급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본인의 직속 상급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본인의 존재감이 드러나게 되면 직장 내에서 보다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기업의 경우 심리적이나 조직구조상으로도 경영자와 직원의 관계가 가까우므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경영자가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그 직원의 이름을 불러 준다든지, 직원의 사소한 경조사를 챙겨준다든지, 항상 직원 개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면 직원들의 만족감이 상승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개별적으로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직원들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인식시켜 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돈입니다. 돈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동기부여 이론에서 유명한 허쯔버그의 2 요인 이론에서 인간에 행동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인으로 ‘동기 요인’과 ‘위생 요인’을 꼽았는데 돈은 오히려 동기를 약화하는 위생 요인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일부 정치인이나 사장님들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임금도 낮게 책정하고 성과급도 넉넉하게 주지 않습니다. ‘열정 페이’의 튼튼한 이론적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 교수는 지난 2010년 소득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소득에 따른 행복감은 연 소득 7만5천 달러까지 만이라고 덧붙였죠. 즉, 연 소득이 7만5천달러를 넘어서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는 지점에 이른 것이라는 말입니다. 7만 5천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9천만 원인데, 연봉 9천만 원까지는 소득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직장에 대한 만족감도 커질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산이 없는 상태를 가정하고 측정한다면 돈과 행복의 마지노선이 훨씬 높아질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그러니 사장님들은 직원들의 연봉이 9천만 원이 될 때까지는 마음 놓고 급여를 지급하셔도 됩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직원을 보상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직원들이 잔재미를 느낄 수 있게, 직원이 일정한 성과를 달성했을 때 예측하지 못한 성과급을 때때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원문: 이재홍의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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